무얼 한 걸까? 하루 만에 5천만원을 날렸다. 자그마치 술을 쳐먹고 큰 포지션을 잡아놓고 잤다. 아래 스샷은 일어나서 확인한 매매창. 6천 5백만원의 시드 중에서 약 5천만원이 날아가 있었다. (중간에 컴퓨터가 대기모드로 들어가서 미실현 PNL이 최대치로 찍혀있지만, 어쨌거나 잔고에 딱 1천만원이 남아있었다.)
일어나서는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어제의 생각을 복기해보니, 미친놈이 홀짝을 하듯 도박을 했던 거 같다. 내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던 자리라서.
선물 거래를 계속해야 할까? 이제까지 선물 거래로만 날린 돈이 1억 5천 가량 된다. 하지 않았더라면 그 1억 5천으로 나는 무얼하고 있을까? 아마 착실한 직장인이나 소소한 사업가가 되지 않았을까?
반면, 선물 거래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었고 지난 4년 간의 실패와 좌절을 바탕으로 현재의 7억 8천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이 구차한 정신승리같아 보일지라도 나는 오히려 돈을 번 것이다.
다시 한 번만 물어보자. 선물 거래를 계속해야 할까? 아니다.
아닌 거 같다. 아니, 아니다. 생각해보자.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이 무너지는 파생의 세계. 일을 하며, 사업을 하며, 연애를 지향하며, 글을 쓰며, 꿈을 꾸며, 공부를 하며, 균형잡힌 선물 거래하는 삶을 나는 살아갈 수 없을 거 같다.
나는 이제 나의 성향을 어느 정도 안다. 나는 모든 리스크를 테이킹한다. 아주 작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아주 희박한 가능성이 있다고 자주 믿으며. 그것이 아주 잘못된 습관인 줄 알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그래, 나는 청산의 위험이 있는 선물 거래에는 적합하지 않은 유형이다.
또한, 현재 적극적인 선물 트레이딩 없이도 목표했던 시드에 잘 다가가고 있다. 생각해보면 파이어족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4월부터 나의 시드는 다음과 같이 증가해왔다.
4월: 1억 7천 시작 - 2억 2천 마감
5월: 2억 2천 시작 - 4억 8천 마감
6월: 4억 8천 시작 - 7억 마감
7월: 7억 8천 현재 진행 중...
어제의 손실이 비록 너무 어이가 없고, 통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화가나지만 더 큰 그림을 보아야 할 거 같다. 사실, 이 글을 적는 이유는 딱 1억만 선물 거래에 넣고 10억 찍기에 도전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돈을 복구해야 한다는 마음이 한 켠에 있기에, 그것이 곧 일을 그르치는 욕심으로 작용할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원칙을 세우고, 이를 고수하는 빡트레이딩도 생각해보았지만 중요한 것은 다른 일상 생활을 할 수 없을 거 같다.
그래, 미친 선물 거래도 여기까지다. 여기까지야. 8억 3천을 돌파하여 이제 곧 흐뭇한 장식글을 작성하려 했건만, 이렇게 어이없게 저항에 쳐맞고 쓰러진다.
'버려야 할 것을 못 버리면, 스스로를 버리게 된다.'
책상 앞에 붙어있는 이 문구가 다시 나를 잡아준다. 괜찮다. 고생많았다. 잊자.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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