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다 왔다. 8억 3천의 고지. 가자.
그런데 현기증이 난다. 너무 힘들다. 너무 외롭다. 오늘 카톡을 지웠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이럴 때 일수록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너무 힘들다.
허무하게 느껴지고 있다. 목표를 향해 발을 내딛였을 때만 해도, 이것이 나의 전부인 것만 같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고지에 거의 다다른 이 시점에 나는 모든 것에 한바탕 회의를 느낀다.
이 길을 달려오며 내가 놓쳐버린 소중한 나의 청춘, 그 시간 속의 추억.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되돌릴 수 없는 지난 시간을 나는 원하는 것인가.
어제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나오는 길에 젊은 친구들을 보고 느꼈다. 더 사랑했어야 했다고. 더 몰입했어야 했다고. 마지막일 것 같지 않았던 그 순간이 정말 마지막이었으므로 더 최선을 다했어야 했다고. 그러나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 아무것도.
오늘 막 7억 5천을 넘었다. 이제 10%만 더 모으면 목표에 도달한다. 지금 추세라면 연말까지 10억에 도달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 목표를 갱신하고 또 달려갈 자신이 없다.
일단은 조금만 더 버티자. 잘하면 이번달에, 혹은 다음 달에 8억 3천에 도달할 수 있어 보인다. 우선은 8억 3천을 모으자.
그때까지 홀로 서자. 잘. 거의 다 왔다. 깊은 심호흡과 가다듦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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