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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두려움

취미생활/일상기록.

레프트 윙어. 2023. 12. 1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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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하느냐는 질문 앞에서 머뭇거리게 된다면, 그건 지금의 사랑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곧 다가올 사랑의 시간이 버거울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다'는 정언 앞에 바로 서보자. 그렇다면 지금의 흔들리는 사랑은 곧 사랑이 아니게 된다. 그리고 이건 권태와는 다른 상황에서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형이상적인 이야기는 내려두고 현실을 보자. 사랑은 다짐과 행동일 뿐 현재의 현상을 대변하는 로맨틱한 증상이 아니다. 그러니 바꿔 말한다면 누군가를 사랑하냐는 질문은 '앞으로도 노력할 것으로 다짐하는 것인가? 수고를 마다하고 행동할 것인가?'이다. 이제 이렇게 된 이상 한 가지 중차대한 다른 질문을 맞닥뜨리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왜 그러한 노력을 하려고 하는가?'

사랑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바로 안정감이다.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고, 더 나아가 서로의 성장을 도모하며 함께 손을 붙잡고 걸어가는 것이 사랑의 순기능이자 목표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이 바로 홀로 바로 서는 것이다. 혼자서 균형을 잡는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상대에게 어깨를 내어줄 수 없다.

사랑의 이름이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것들도 있으니 지난날 상대가 살아온 인생의 순간들이다. 결국, 무수한 선택을 거쳐 여기에 이른 상대는 곧 선택한 일들 자체라 할 수 있다. 실존적 인간으로 무언가를 선택해오면서 상대는 지금의 누군가가 된 것이다. 사랑의 이름으로 무엇이든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로맨티시스트들은 사실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지 않은 이들이다. 사랑은 무력하다. 무력하기에 서로를 필요로 한다. 서로를 필요로 하기에 의존적이다. 의존적이기 위해 독립적이어야만 한다.

두려움이 가득한 사랑을 한다는 것은 믿음이 없는 사랑을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상대를 전적으로 믿지 못하는 것. 아니, 믿어주지 못하는 것은 마치 자신의 미래를 낙담함과 동시에 그것이 낳은 현실에 좌절하는 일을 반복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과도 같다. 결국 누군가를 믿지 못하는 이는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사랑이라는 작은 투쟁에는 권력과 프레임이라는 인류의 원시적인 가치가 투영되어 있다. 그리하여 누군가는 승리하고, 또 누군가는 패배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의 투쟁이 일반적인 투쟁과 다른 점이 있다면 승자와 패자가 번번이 번복되며, 승자와 패자는 함께 기뻐하고 또 슬퍼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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