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의 장막이란?

무지의 장막 (Veil of Ignorance)은 모든 조건을 '백지화'하고 생각해보자는 일종의 사고 실험입니다. <정의론>으로 유명한 영국의 정치철학자 존 롤스가 제안했죠. 그는 무지의 장막에 싸인 상태에서 정의의 원리가 도출된다고 말했습니다.

만일 당신이 아직 그 누구도 아니라고 상상해보세요. 당신은 남자일 수도 있고 여자일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정해진 건 없습니다. 집이 가난할지 넉넉할지, 당신이 엘리트 가문에서 태어날지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미국인이나 중국인처럼 큰 나라에서 태어날지 작은 나라에서 태어날지, 민족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다수파에 속할지 소수파에 속할지도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성적 지향도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요?

아마도 당신은 남녀가 평등한 사회, 소수 민족이나 소수파 종교에게 차별과 불이익이 없는 사회를 바랄 것입니다. 또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빈민이 존재하는 사회보다는 소득이 골고루 분배되는 사회를 선호할 것이고, 공적 건강보험 제도가 있어서 누구나 아프면 병원에 가는 사회가 좋다고 느낄 것이며, 시장의 독점을 해소하는 정부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원래대로라면 기득권을 잃기 싫어 성평등 정책에 반대했을 남성이라도, 무지의 장막 아래에서는 평등을 주장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이처럼 무지의 장막이라는 사고 실험은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목표를 정하는 데 용이합니다. 경제학자는 그 실현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 <초예측, 부의 미래> 중, 웅진 지식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