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 돌파. 목표의 130% 달성. 사실 11억이라는 돈은 크다면 크고 작다며 작은 돈이다. 이 돈으로는 월 300 생활비를 30년 가까이 (인플레이션 제외) 커버할 수 있는 돈이니 큰 돈이고, 반면 서울에 이 한 몸 누일 아파트 한 채 살 수 없으니 작은 돈일 수도 있다.
8월 한 달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직장에서 짤렸고(?) 투자 스타일을 바꿨다. 하나씩 이야기해보겠다. 먼저, 직장에서 짤린 건 일을 대충해서 그런 게 전혀 아니다. 일하던 해외 업체가 사정이 생겨 한국 사업을 철수하게 된 것이다. 사실 곧 그만 둘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절대 일을 못했던 건 아니었다. 일 너무 잘 한다고 월급도 올라가고 인정도 받고 있던 상황에 공교롭게 현지 사업 규정에 변화가 생기며 짤렸다.
투자 스타일도 조금 바꿨다. 지난 글에서 선물 거래를 접겠다 다짐한 이후로, 현물 시장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됐다. 이제는 현물이 우선이고 선물은 헤지나 숏 단타 정도로만 가볍게 들어가고 있다. 선물은 결국 파생시장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하는 듯 하다. 또 특별히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장이 혼란스러울 때는 과감히 쉬었다. 매일 돈을 벌려하지 않아도 됐다. 더는 원하지 않는 자리에서 진입하느라 무리하지 않아도 됐다. 손절도 빨라졌고, 손절의 기준도 금액에서 시간대와 추세로 달라졌다. 결과적으로 1천만원으로 단타치던 시드 3천 5백까지 불렸다가 하루에 150씩 7번 손절, 2번 익절해서 총 7백 손절. 2천 8백 정도로 마무리했다. 나머지는 현물 수익과 김프 매매.
이번 8월은 다른 달에 비하면 푹 쉬었다. 오랜만에 하루에 8시간 이상씩 잠도 자고, 아무 것도 안하고 게임만하고. 빈둥빈둥. 트레이딩을 하는 몇 시간을 빼놓고선 3주 동안 푹 늘어졌다.
직장도 짤렸고, 놀만큼 놀았으니, 이제 뭔가 새로운 걸 찾을 때다. 전업 트레이딩은 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더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 물론, 트레이딩을 완전히 접지는 않을 것이지만 땀 흘리는 노동을 원한다.
11억. 감사한 금액이다. 한창 취준생이던 시절. 투기도 아닌 도박처럼 홀짝을 하는 심정으로 시작했던 비트코인 선물 거래. 그렇게 28살에 전재산 몇 백을 잃고 좁은 자취방에서 방황하던 백수. 대하락장을 맞고 쌉스캠 코인에도 털려보고 하루에 20%빔, 50%빔도 다 맞아보며 천국과 지옥의 넘나들었던 투기꾼 시절. 지하실 아래에는 지옥이 있었고, 천국의 문은 내 앞에서 닫히기 일쑤인 시장 앞에서 좌절했던 초보 트레이더 시절. 이제는 32살. 초보 티를 갓 벗은 트레이더. 4년에 걸쳐 여기에 왔다. 여기 누추한 블로그가 아니면 어디 명함도 못 내밀 금액이지만, 나는 만족한다.
머리 좀 식히러 다녀와야 겠다. 파이어족을 빙자한 이 일지도 이제 큰 의미가 없는 듯 하다. 다음 화를 마지막으로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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