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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 이야기 ⑩] 2021년 9월 마지막 글 - 11억 1천 챌린지 종료 (133% )

취미생활/파이어족 이야기 (完).

레프트 윙어. 2021. 9. 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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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글이다. 통장 잔고에 11억 1천이 찍혀있다. 트레이딩을 안 한답시고 또 깔짝거리다 결국 본전 치기로 마무리했다. 정말, 정말, 정말이지 이제 떠난다. 차트를 보면 매매가 하고 싶어지기에 이제 차트조차 보지 않을 것이다. 끊어야 할 때 끊어야 한다. 길었던 내 인생에 대한 롱 포지션을 이제서야 종료한다.

'롱 포지션이 종료되었습니다. 11억 1천 익절입니다.'

2021년 4월 처음으로 파이어족에 대해 생각하면서 관점이 달라졌던 거 같다. 처음으로 돈을 진지하게 모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터무니없어 보이던 보이던 목표를 순식간에 갱신하며 원하는 바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2억을 돌파하며 속도는 더 빨라졌다. 바로 다음 달에는 두 배로 이를 증식했다. 하루에 5시간씩 자며, 하루에 커피 5잔을 마시며,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모니터 앞에서 쓰러져 자다가, 다음 날 눈을 뜨면 차트를 보고 샤워를 할 때도 차트를 보고 있었다. 그런 나를 누군가는 운 좋은 도박꾼이라 하며 깎아내릴 것이다. 아무렴 어떠랴. 내가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그렇게 배가 아프면 해보시라지. 트레이딩이 홀짝 도박이 아니라 분석과 대응의 영역이라는 걸, 그렇게 자산을 불려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6월에는 7억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초심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 천 만원 가량을 손절하기도 했다. 7월 중순에는 우울증인지, 조울증인지 멘탈이 터질 것 같은 위기가 왔다. 앞만보고 달려가며, 돈 빼고 모든 것을 잃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5천만원을 하루 아침에 날리기도 했다. 월말에 겨우 멘탈을 부여잡고 정신을 차려 돈을 다 뺐다. 환차익과 김프로 다소 허무하게 목표치 8억 2천을 넘겼다.

8월은 마음을 비웠다. 11억을 찍었다. 이제 떠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적어도 한 템포 쉬었다 가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흙수저로, 가난하게 살아갈 것만 같았던 내게도 적어도 하고 싶은 무언가를 도전하며 살아갈 작은 안전망이 생겼다.

사업을 할 것이다. 스스로가 브랜드가 될 것이고, 이제는 그간 돈 때문에 도전하지 못했던 진짜 내 꿈을 위해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주변 사람들을 돌볼 것이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챙길 것이다.

잘 있거라. 더럽고도 황홀한 시장이여.
다들, 고생하시길. 많이 버시길. 무엇보다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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