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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논란의 핵심은 리얼돌이 아니다

유용한 정보와 분석/사회.

레프트 윙어. 2019. 10. 2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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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윤지영 교수가 최근 <리얼돌, 지배의 에로시티즘>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성 신체 형상이 이미 우리 사회에서 성기구화되는 여성혐오적 현실을 철저히 간과했다"고 지적했는데요. 윤 교수는 리얼돌을 "남성의 성적 환상의 투영물"이라 규정했습니다. 리얼돌은 남성의 의지에 따라 대체될 수 있고 버려지며, 짓밟힐 수 있으며, 그렇게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반면, 지난 6월 대법원은 국내 리얼돌 수입을 공식 허용했습니다. 다른 기구와 마찬가지로 리얼돌 또한 개인의 자유로운 성생활을 위한 하나의 도구라고 본 것입니다. 1심에서 리얼돌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음란물’"이라 규정했던 판결을 뒤집은 것이죠.

 

서서히 활성화 되는 리얼돌

오늘 포털 사이트를 핫하게 달궜던 리얼돌이 궁금해서 조금 검색을 해봤습니다. 국내에도 이미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는 조짐이고, 당연히 판매 사이트도 있었습니다. 리얼돌 속 인물들이 제가 아는 얼굴들은 아니었지만, 한 웹사이트에 들어가니 구매자의 기호에 따라 세세한 디테일들을 변경할 수 있는 옵션도 있더군요.

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리얼돌 사진들

 

자신의 리얼돌을 공유하는 카페 회원들
자신의 취향을 따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리얼돌 판매 사이트. 가격은 3489달러.

 

리얼돌 찬반 문제

리얼돌 찬반 문제는 이를 개인의 성적 자유로 볼 것인지, 또는 여성의 인권 침해 가능성을 따져볼 것인지 하는 맥락에서 점철됩니다. 찬성의 입장은 리얼돌 뿐만 아니라 현재 성인 용품 샵에는 다양한 기구들이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그 중에는 여성의 성기를 본 뜬 제품들도 버젓이 있는데, 개인의 자유로운 성생활을 제한하는 리얼돌 규제는 말이 안된다는 거죠.

반면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은 리얼돌은 유명 연예인이나 셀럽, 혹은 누군가의 얼굴을 그대로 모방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아동의 얼굴을 사용할 수도 있을 뿐더러,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위한 도구, 잠재적 성범죄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기능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과연 리얼돌일까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과연 리얼돌일까요? 여성 리얼돌에는 남성의 적나라한 욕망이 투영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것은 그 욕망과 그것의 동기, 형성 과정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보통 여성을 한 인간이 아닌 성적으로만 대상화하는 일은 미숙한 성관념에 기초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성관념은 대부분 미디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되죠. 텔레비전을 켜거나, 스마트폰으로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버스나 지하철을 타러 밖으로 나가면, 아름답다 생각되는 여성이 몸매를 드러내며 물건과 서비스를 팔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아이돌 같은 경우에는 적나라하게 자신의 몸을 전시하고 인기와 부를 얻으며 찬양받습니다.

한 개인이 올바른 성관념을 갖고 있는 한 리얼돌이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실제 인물을 본뜨거나 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지만, 리얼돌 자체에 욕망을 해소하는 것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건강한 성관념을 가진 이들에게는 수 많은 성보조 도구들이 욕망을 해소하는 유용하나 도구가 되는 것처럼, 리얼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잠재적 성범죄자로 분류되는 미숙하고 성관념을 가지고 있으며,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리얼돌을 적극 권장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바깥에 있는 무고한 여성에게 자신의 욕망을 쏟는 대신 말이죠. 그러니까 '리얼돌이 여성을 대상화하는 일이다'는 말은 사실 뒤집어 말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리얼돌을 통해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관념적으로 여성을 대상화하고 있고, 리얼돌에 그러한 욕망을 투여하는 것 뿐입니다.

 

마치며

리얼돌 논란을 보며 마치 이번 조국 사태를 보는 듯 했습니다. 저는 검찰 개혁과 조국 사퇴라는 기만적 프레임을 목격하며, 정작 그걸 이용해 장사를 해 먹는 정치인과 언론인들의 개혁과 사퇴는 조용히 묻혀가는 게 답답했습니다. 생각해봅시다. 리얼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성관념을 계속해서 주입시키는 자본과 미디어가 더 문제가 아닌가요? 적어도, 여성은 대상화 할 수 없는 고유한 인격체이며, 성적 욕망 해소를 위한 도구, 지배의 대상이 아니다는 건강하면서도 당연한 성의식을 제대로 교육시키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요? 물론, 이미 다 자란 성인의 생각을 바꾸기란 쉽지는 없겠죠. 하지만, 또 불가능한 것도 아니며, 무엇보다도 리얼돌 논란을 단순히 찬반으로만 바라 볼 사항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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